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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 (법률신문)

송명섭 2025. 1. 6. 11:00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13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회사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 등의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의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내용으로 판례를

변경했다(2020다247190, 2023다302838).

전합은 통상임금의 새로운 개념과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2013년 전합 판결 후 11년 만에 통상임금의 ‘고정성’ 개념을

폐지하고, 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 근로의 대가성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한 것이다.

 

11년 전 전합 판결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기준으로 판단해 왔고, 이때 ‘고정성’이란 고정적으로,

사전 확정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회사 재직 여부 같은 조건이 붙어있으면

고정성이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재계·노동계 등에선 조희대 코트의

대법관들이 노동사건에서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

대법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치열한 대립이 이어져 의견이

나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과는 ‘13대 0’ 전원일치였다.

 

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한 기준이 되는 판결인 만큼

입장을 통일하기 위해 합의 과정에서 설득이

이뤄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사건의 특성상 대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점이 가장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광선(50·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11년 만에 판결이 변경된 만큼 앞서 2013년 전합 판결

기준에 따라 임금 제도, 임금 체계를 세운

기업들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한정적 소급효를 인정해 이 판결이 선고된 시점을

기준으로 같은 쟁점으로 법원에 계류된 사건에 영향을

미치도록 해 같은 회사 내에서도 소제기 여부에 따라

임금이 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정성 개념을 폐지한다는 것은 ‘고정적, 일률적’으로만

지급되면 통상임금이 되어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된 것”이라며

“사회적 관심도 커 내달 3일 관련 세미나를 준비 중인데

벌써 신청자 수가 1000명이 넘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홍성(46·35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통상임금의

강행성이나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명확하게 돼 있는

정의를 봤을 때 고정성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재정립한 전합 판단”이라며

“앞으로 판례 변경 취지에 따라 상여금에 조건이

붙어 있더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하니

수당이 인상될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기업의 경영 환경에 재무적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크지만 이를 계기로 일률적인 정기 상여금과

성과급 성격의 상여금을 명확히 나누어 노사합의를 통해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정기상여금을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지속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우선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킬 부분과 성과를 반영한 성과급으로 재편성해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유무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를 위해 새로운 법리는

이날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도 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한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이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로 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