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레깅스 뒷모습 몰카는 유죄" (법률신문)
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신체 일부를 드러냈더라도,
이를 몰래 촬영하는 것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도16258).
A씨는 2018년 5월 버스 단말기 앞에서 하차하려고 서 있는
피해여성 B씨의 하반신 뒷모습을 약 8초 동안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우선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이른바 '몰래카메라'의 폐해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촬영 및 반포 등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인격권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이는 구체적으로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성적 자유를 침해 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공포·
무기력·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피해 감정의 다양한 층위와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고려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란 특정한
신체의 부분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촬영의 맥락과
촬영의 결과물을 고려해 그와 같이 촬영을 하거나 촬영을 당했을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따라서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해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동영상 촬영 당시 피해자는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레깅스 하의를 입고 있어,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의 굴곡과 신체적 특징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대상이 되는 신체가 반드시 노출된 부분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과 같이 의복이 몸에 밀착해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신체 부분이라도 어느 장소에서, 어떤 상황 하에서,
어떤 방식으로 촬영되었느냐에 따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거나,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사정은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의 모습이
타인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