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하청업체 근로자의 업무상 사고에 원청 보험사도 책임 여지" (법률신문)
재하청업체 근로자가 일하던 도중 사고를 당한 경우라도
원청의 사전 요구에 따라 업무를 담당하는 등의 경위에 따라
원청업체의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9다219199).
A씨는 2014년 2월 신축공사현장에서 배전반을 옮기고 설치하는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등의 상해를 입게 됐다.
이 작업의 원청은 전기통신공사업을 하는 B사였는데,
B사와 배전반 설치 계약을 맺은 회사가 C사에
재하청을 의뢰하면서 A씨가 현장에 투입된 것이었다.
A씨는 B사가 가입한 보험사인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하청업체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B사와의 보험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라"라고 주장하며 2015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디비손해보험 측은 "A씨는 B사의 하청업체 근로자가
아니므로 A씨의 사고는 B사와의 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사고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은 A씨를 B사의 하청업체 직원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A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디비손해보험은 A씨에게 1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하지만 2심은 A씨를 B사 하청업체의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는
실질적인 피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단을 깨고 재하청업체 근로자인
A씨에게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사와 계약을 맺은 회사는 배전반 제조전문회사로
운반, 설치에 관해선 전문적 지식이 없었고 B사는
이러한 작업을 할 전문업체를 구해 운반, 설치 작업까지
마쳐줄 것을 요구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B사의 하청업체는 B사와 협의한 대로 C사에
배전반의 운반·설치 작업을 의뢰했고, A씨를 포함한
4명의 근로자가 해당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 것"이라며
"A씨가 공사현장에서 배전반 운반·설치 작업을
수행하던 중 배전반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A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A씨는
하반신마비 등의 상해를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C사는 B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가
아니지만, 도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보험계약상 담보사업에
속하는 배전반 작업·운반·설치 작업의 상당 부분인
운반·설치 작업이 B사의 요구에 따라 그 부분에 관한
전문성을 가지고 사고발생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회사가
담당하기로 예정돼 있었고, 그에 따라 실제로 C사가
해당 작업을 수행했으므로 배전반 운반·설치 작업은
디비손해보험과 B사 간 보험계약의 담보사업에 해당하고,
보험계약에서 정한 공동비포험자 및 담보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C사가 B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B사의 하청업체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C사의 근로자인 A 씨가 보험계약의 담보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근로자재해보상
책임보험계약상 피보험자와 관련한 보험증권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로자재해보상보험에서 일반적으로
재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재해도 보장한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고, A씨가 속한 업체가 원청과 직접 계약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운반·설치 작업을 담당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춰
해당 업체도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공동피보험자
(하청업체)'에 해당한다고 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