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

대법원전합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위반 대해 국가배상" (법률신문)

송명섭 2025. 1. 13. 11:05

 

 

국가가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 의무를 과소하게 규정한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고, 당사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 등 사건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자판하고 “국가는 김 씨 등에게 각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19일 판결했다(2022다289051).

 

1998년 4월 시행된(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서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바닥 면적 합계 300㎡ 이상의 시설로 규정했지만

전국 편의점 중 95%가 300㎡ 미만이어서 설치 의무에서 면제됐다.

 

A씨 등은 “이 같은 시행령 규정으로 인해 접근권이

침해됐음에도 20년 넘게 개정되지 않았고,

국가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했다”며

“대부분의 소규모 소매점에 대해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한 결과 접근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은 “국가가 구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국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전합에서는 △해당 규정을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이를 개정하지 않은 국가의 행정입법 부작위가

위법한지 여부 △해당 규정에 대한 국가의 행정입법

부작위가 위법할 경우 국가가 A씨 등에게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전합은 국가의 개선 입법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장애인의 접근권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 권리로서 비록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며

“이 사건 쟁점규정이 정한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 시설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면 행정청은 규정 개정을 통해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행정입법의무를 불이행한 부작위로 인해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와

내용이 장기간 실현되지 못했고 그 불이행의 정도가

매우 커 국가의 부작위는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전합은 해당 규정에 대한 국가의 개선입법의무가 장기간

불이행되면서 A씨 등 장애인이 입은 불이익은 크지만,

그 불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피해자의 범위가 넓고

국가 스스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10만 원이라는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

 

다만 김상환노태악권영준노경필 대법관은 A씨 등에게

지급할 국가배상책임이 있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국민이 손해를 입은 이상

직무를 집행한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에 대해 “장애인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것을 최초로 판시했다”며

“장애인의 권리를 미흡하게 보장하는 행정입법에 대해

법원이 사법 통제를 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장애인의 권리가 법원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