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잔금 지급일 직전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면, 매매계약에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다269139).
A씨는 2021년 1월 B씨로부터 인천의 아파트를 11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가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억1000만 원을
지급한 후, A씨와 B씨는 본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 체결 무렵 아파트에는 임차인인 C씨가 같은 해
10월까지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거주 중이었다.
이때 A씨와 B씨의 매매계약 체결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C씨와 통화해 C씨가 임대차계약기간 만료 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아파트를 인도할 것임을 확인받았고, 이에 따라
매매계약 특약사항에는 C씨의 임대차보증금 5억 원은
A씨에게 승계 조건이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잔금 지급일 직전 C씨는 갑자기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아파트에 2년 더 거주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이 아파트에 실거주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던
A씨는 B씨에게 잔금 지급을 하지 않았고,
B씨는 이를 이유로 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는 C씨의 의사를 전달했을 뿐
C씨의 임대차계약을 종료시켜 아파트를 인도할 의무를
이행제공하지 않아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매매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 아니다”라며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A씨는 C씨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빌미삼아
잔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임차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받더라도
잔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명백히 했다”고 맞섰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B씨가 A씨로부터
잔금 1억9000만 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A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했다.
1심은 C씨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되는 임차인의 권리로서 임대인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거나 그 행사 여부가 오로지 C씨의 의사에 달린
것이라고 하더라도, B씨의 아파트에 대한
인도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이 판단이 뒤집혔다.
2심은 “A씨와 B씨 간 매매계약 특약사항으로 ‘임대차보증금은
A씨에게 승계 조건이며 임대 만기는 2021년 10월,
실제 명도는 2021년 12월로 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고 해서
아파트 인도의무가 2021년 12월로 유예되고
A씨의 잔금지급의무가 선이행의무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같은 방법으로 목적물 인도의무를 이행한 B씨에게
2021년 12월까지 C씨와의 임대차계약을 종료시켜 아파트를
A씨에게 현실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는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잔금 수령과 동시에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등기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교부하고 등기절차에 협력한다’는 내용과
특약사항으로 ‘실제 명도는 2021년 12월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매매계약 문언 해석상 쌍방이 B씨의 현실인도의무 이행일은
2021년 12월로 하되 임차인에 대한 아파트 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한 간접점유 이전의무는 그보다 앞서
잔금 지급, 소유권 이전등기 의무의 이행과 함께
이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해석은 완전한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성격이나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 쌍방의 동기,
목적, 계약체결 경위 등의 통념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C씨가 잔금 지급일 직전 갱신요구권을 행사했고,
이에 따라 B씨의 현실인도의무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볼 수 있어, 당초 계약 내용에 따른
A씨의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정변경은 B씨의 해제권 행사시까지
해소되지 않아 A씨의 잔금 지급의무의 이행거절이
정당한 것은 아닌지, 그 결과 A씨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B씨의 해제권 행사에 문제는 없는지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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