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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위법 수집 증거 근거한 자백만으로는 유죄 인정 불가" (법률신문)

송명섭 2025. 2. 12. 11:03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내용을 전제로 한 법정 자백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소사실과 관련해 수집된 유일한 증거인 휴대전화 속 카카오톡

대화내역이 위법하게 수집된 상황에서 이를 기초로 얻은

2차적 증거가 피고인의 법정진술인 경우, 피고인이 이외의

다른 증거에 따라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법정진술을

하지 않았다면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2024도12689).

 

[사실관계]

 

A씨는 B씨와 공모해 합성대마를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23년 6월 B씨의 부탁을 받고 용산구의 한 아파트 전화단자함

안에 마약 판매자가 숨겨둔 합성대마 카트리지 1개를 가져갔다.

같은 날 A씨는 대전에 있는 B씨의 집 앞에서 B씨에게 이를 건넸다.

 

같은 해 8월 B씨는 택시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했고

택시기사는 대전의 한 파출소에 휴대전화를 습득물로 제출했다.

파출소 경찰관은 휴대전화 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기기 내 전자정보를 확인하던 중 필로폰 구매 정황으로

의심되는 텔레그램 대화내역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대전중부경찰서 형사과에 넘겼다.

 

경찰은 휴대전화 내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내역, 동영상

등을 살펴보다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A씨와 B씨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 마약 범행 관련 전자정보를 발견하고

이를 복제 및 출력하거나 사진으로 촬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A씨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거나,

A씨에게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 았다.

 

1심, 항소심 판단

 

1심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수집된 1차적 증거(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뿐 아니라 1차적 증거를

기초로 수집된 2차적 증거(입건 전 조사보고서, 수사보고서,

액상 카트리지 등)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 전자정보는 영장주의를 위반하고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되지만, A씨와 B씨가 1심 법정에서 한 자백 진술은

임의성이 인정되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A씨와 B씨에 대한 체포와 구속이 부당하게 장기화됐다고

볼 자료가 없고 진술거부권이나 접견교통권, 공판에서의

변호인 조력권 등 방어권이 침해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1차적 증거 수집과정에서의 위법을 제외하면 자백의 임의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사단계에서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 등의 자백이 임의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법수집증거들과의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된 독립된 증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A씨 등의 법정진술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항소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얻은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2차적 증거가

피고인의 법정진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2차적 증거인 피고인의 법정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1차적 증거가 수사개시의 단서가 됐거나 사실상 유일한 증거

내지 핵심증거이고 위법의 정도 역시 상당할뿐 아니라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1차적 증거를 제시받거나 1차적 증거의

내용을 전제로 신문받은 바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진술도 1차적 증거를 직접 제시받고 한 것과 다름없거나

적어도 1차적 증거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절차 위반행위와의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우이더라도 피고인의 법정진술이 다른 독립된

증거에서 비롯돼 1차적 증거와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평가된다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런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공소사실과 관련해 수집한 증거는

카카오톡 대화내역이 유일하며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없다”며

“A씨와 B씨가 이 사건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이 아닌 다른 증거에

기인해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법정진술을 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고, 검사의 증명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등의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이 사건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 전자정보에 기초한 2차적 증거들로,

증거능력이 부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건]

 

한편 이 사건과 쟁점이 같은 B씨의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형사1부

(주심 신숙희 대법관)도 “A씨와 B씨의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휴대전화 속 대화 내역에 기초한 2차적 증거들로,

증거능력이 부정돼야 한다”며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도1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