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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특수임무수행자의 사실혼 배우자, 50년만에 국가보상" (법률신문)

송명섭 2016. 9. 6. 17:04



전후(戰後) 혼란기, 북한을 상대로 한 특수임무 중 전사한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50년을 기다리며 홀로 자녀를 키운 할머니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이헌)의 도움으로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게 돼 한(恨)을 풀게 됐다.

대구에 사는 이모(80) 할머니는 1957년 해병대 복무중인

군인 강모씨를 만나 결혼했다.

자녀들도 생겼지만 혼인신고를 할 생각은 못했다.

그러다 할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인 전남 나주로 잠깐

내려간 사이 남편과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이 할머니는 남편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

남편을 기다리던 할머니는 자녀들의 출생신고를 위해 시이모를

증인으로 1965년 3월께야 남편과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 할머니는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홀로 두 자녀를 키웠다.

그러다 2014년 11월 육군 정보사령관으로부터 '남편이 육군

제3516부대에서 특수임무를 수행 중 1962년 3월 10일 전사했다'는

통지를 받고서야 남편이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연락이 두절됐고 이미 오래전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수임무수행자 유족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되지만,

특수임무수행자보상심의회는 숨진 남편과 이 할머니의 혼인신고가

남편 전사 이후에 된 점을 지적하며 법률상 혼인관계로

볼 수 없다면서 할머니를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홀로 자녀들은 키운 한 많은 세월도

원통한데, 유족으로 인정받지도 못해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 이 할머니는 망연자실했다.

이 할머니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대한법률구조공단

김종현(38기) 변호사는 소송구조에 나섰다.

할머니가 숨진 남편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김 변호사는 가정법원에 사실상혼인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혼인신고특례법은 혼인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전쟁이나 사변으로

전투에 참가하거나 전투 수행을 위한 공무(公務)에 종사해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에는 생존한 당사자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단독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 할머니의 남편이 특수임수행 중 사망한 때에 두 사람이

이미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음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아 할머니가

법률상 배우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할머니가 배우자로 기재돼 있는 강씨의 '제적등본'과

이 할머니 자녀들의 성이 숨진 남편과 같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1974년 발행 주민등록표 원부' 등을 찾아 법원에 제출했다.

또 두 사람의 관계를 증언해 줄 증인들을 찾아내

이들의 진술서도 증거로 냈다.

김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50년전 이 할머니 부부의 뒷집에

살았던 이웃까지 찾아냈다.

결국 법원은 지난해 말 이 할머니와 남편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존재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2015드단21601).

이에 따라 특수임무수행자보상심의위는 이 할머니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소송 과정에서 입증이 어려워 재판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이 할머니는 공단의 도움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공단관계자는 "특수임무수행자가 쟁점이 되는 여러 소송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너무 오래전에 발생한 일들이라 관련 증거를 찾기가 어려워

당사자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