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계좌가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예금주인 채무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B 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다206356).
A씨는 대부업체로부터 850만여 원을 빌리고 갚지 않아
2012년 법원으로부터 채권 압류와 추심 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A씨의 B 은행 예금 180만 원에 대해 압류·추심을
명령했는데, 당시 해당 계좌 잔액은 155만 원이었다.
A씨는 해당 계좌 잔액 중 150만 원은
민사집행법이 규정한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한다며
B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8호는 채무자가 한 달간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예금을 압류금지 채권으로 정하고 있다.
또 당시 시행 중이던 구 민사집행법 시행령 제7조는
압류하지 못하는 예금의 금액에 대해 ‘개인별 잔액이 150만 원
이하인 예금 등으로 하되, 압류하지 못한 금전이 있다면
150만 원에서 그 금액을 뺀 금액’으로 하도록 규정했었다.
1·2심은 “B 은행이 A씨에게 예금 계좌 잔액 중
압류 금지 금액에 해당되는 15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B 은행 측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예금이
압류금지 채권인지 알 수 없고 법원의 압류 취소나
변경 결정 없이는 금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대법원이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법령 해석에 관해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소액사건에 대해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라는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또 민사집행법이 규정한 ‘채무자의 한 달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에 대해 “채무자 명의의
어느 한 계좌에 예치돼 있는 금액이 아니라 개인별 잔액,
즉 각 금융기관에 예치돼 있는 채무자 명의의 예금을
합산한 금액 중 일정 금액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소송에서 지급을 구하는 예금이 압류 당시 채무자의
개인별 예금 잔액 중 위 규정에서 정한 금액 이하로서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예금주인 채무자가
증명해야 하며, A씨가 2019년 10월 말 B 은행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압류된 다른 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은 추가 자료 제출이 없는 이상
B 은행 계좌에 남아 있는 예금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증명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압류금지채권 해당 여부에 관한
증명책임이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있다는 전제 하에
피고가 이 사건 압류 이후에 원고가 압류금지금액에
해당하는 예금을 인출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위 예금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계좌에 남아있는
예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압류금지채권 해당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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