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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보험사는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상속인에게 통지해야" (법률신문)

송명섭 2025. 6. 18. 11:05

 

 

[대법원 판결]


보험사가 사망한 보험 계약자의 상속인이 아닌 보험수익자에게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 제한 통지를 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가 처브라이프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다313941).


[사실관계]


B씨는 2020년 12월 처브라이프생명에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담보금액 1억1000만 원짜리 사망보험을 들고 보험수익자를

B씨로 지정했는데, 보험 계약에 따르면, B씨가 사망했을 경우

처브라이프는 보험기간 만료일인 2043년 12월까지

매월 A씨에게 13만2000원을 지급해야 했다.

 

2021년 3월 B씨는 업무상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고, 2021년 4월 A씨는 처브라이프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처브라이프는 A씨에게 보험금 지급이 1억 원 한도 내로

제한됐다고 알린 뒤 1억 원만 지급했는데, 'B씨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보험 계약서에 자신의 업무를 '사무직'이라고 쓰고,

'현재 운전 중인 차종'에는 '승용차(자가용)'만 선택하고

'화물차(영업용)'는 선택하지 않았는데, 사실 B씨는

2006년부터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A씨는 보험계약에 따라 일시 지급 받아야 할 금액 2억3000만 원을

달라며 처브라이프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사는 계약자의 고지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험 계약자인 B 씨의 상속인에 대해

보장 제한의 의사표시를 했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으므로

보장 제한 의사표시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급심 판단]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보험계약상 보험금 수령 권한은 B씨의 상속인이 아닌

A씨에게 있고,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계약자가 사망해

존재하지 않고 상속인의 존부도 확인되지 않는 이상

보험수익자인 A씨에게 보장 제한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약관의 취지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부분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자의

보장 제한의 통지 기한이 1개월로 매우 짧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속인을 특정하고 소재지를 탐문하는 것이 어렵거나

상속인이 보험회사의 의사표시 수령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기한 내에 상속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상속인에게 의사표시를 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은 보험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주장과 같이 보장 제한 또는 보험 해지의

의사표시 상대방을 계약자로 한정해 해석해야만 한다면,

상속인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 보험자는

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 등이 확인된 경우에도 계약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보험 제한 또는 보험 해지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부당하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의 경우에 그 계약의 상대방당사자인 보험계약자나

그의 상속인에 대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고

타인을 위한 보험에 있어서도 보험수익자에게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이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87다카2973)의 법리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보험사가 A씨에게 보장제한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실질적으로 약정된 보험금 중 보장제한으로 지급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보험계약을 해지한 것에 해당한다"며

"해지의 의사표시는 보험계약자인 B씨의 상속인에 대해

이뤄져야 하고 보험수익자인 A씨에게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