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KBS-1TV 현장르포 동행 '아빠와 돈가스' 편 주인공
일명 '돈가스 아빠'로 불리는 홍성석씨(54)는 3년 전 방송을 탔을 때나
지금이나 웃는 낯은 여전했다.
사람을 보면 눈을 맞추고 마치 자동 예약이라도 돼 있는 것처럼 웃었다.
그의 손에는 변함없이 신문 폐지가 들려 있었다.
조금 불편한 다리지만 오늘도 누구보다 빠른 걸음으로 등촌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지하철 내 신문을 수거하고, 고물을 모은다.
방송 전과 그리 달라 보이는 생활은 아니었다.
더 많이 웃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요즘에는 구청 공공근로를 하러 다녀요. 우유급식 봉사는 올해 1학기까지
하고 건강 문제로 그만뒀고요. 그것 말고는 그대로예요.
같은 동네, 같은 집에서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과 살고 있죠.
아! 집에서 돈가스를 더 이상 안 튀긴다는 것도 달라졌네요(웃음)."
돈가스를 만들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의아했다.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뒤 뇌병변으로 쓰러져 다리까지 불편해졌지만
전직 요리사 출신답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 아이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돈가스를 만들어 나누어 주던 그가 아니던가.
당시 일곱 살이던 홍성석씨의 아들 원기(11)군과 함께 지하철에서 신문을
수거하던 모습은 아직도 방송을 본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장면이다.
그 신문을 모아 판 돈이 바로 돈가스 만들 재료값이었다.
"방송 나가고 소문이 나서요.
이웃 동네 아이들도 돈가스 달라고 찾아오는 거예요.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도 '우린 왜 안 주냐'라며 찾아오시고요.
저희 집 작은 부엌에서 튀길 수 있는있는 양을 넘어버렸어요(웃음).
그래서 작년부터 돈가스를 만들어서 튀기지 않은 상태로 드려요.
가서 튀겨 드시라고요. 학용품이나 털장갑 같은 것을 준비하기도 하고요."
방송을 탄 뒤 그의 돈가스는 '어떤 재료를 쓰는지 어떻게 아느냐',
'좁은 집에서 깨끗하게 만들겠느냐'라는 등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홍성석씨는 사람들의 이 같은 말에 기가 꺾이지 않았다.
튀기지만 않을 뿐 여전히 반조리 상태의 돈가스를 만들어 나누어 주고,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에는 며칠 전부터 작은 플래카드를
동네 입구에 달아 선물 예고도 한다.
대단하다고 치켜세울 참이면 "튀겨서 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손으로 입까지 가려가며 부끄럽게 웃는다.
"미국에서 이름도 안 밝히고 아이 점퍼를 보내주신 분이 계셨어요.
그 속에 영어 편지가 한 통 들어 있었는데…
제가 읽질 못해서 방송국 PD님께 보여드렸거든요.
PD님 말이 '대한민국은 한가족입니다'편지에 쓰여 있대요.
그 말을 듣는데 막 눈물이 났어요."
갓 돌 지난 젖먹이 아들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픈 몸으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던 그를 대한민국 모두가 '한가족'이란 말로
따뜻하게 보듬어준 것이다. 한가족들의 사랑도 몸소 체험했다.
그래서 '돈가스 아빠' 홍성석씨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가족이
돼주고 싶어 오늘도 열심히 등촌동을 구석구석 누빈다.
기억 속 그 사랑의 온기를 떠올리며.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강은진 (프리랜서)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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