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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황제노역 방지 조항은 합헌, 소급적용은 위헌" (법률신문)

송명섭 2017. 10. 31. 16:37




이른바 '황제노역'을 막기 위해 노역장 유치기간의 하한을

새로 정한 것은 합헌이지만, 이 조항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A씨 등이 노역장 유치기간의 하한을 설정한

형법 제70조와 이를 소급적용하도록 한 같은 법 부칙

제2조 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5헌바239 등)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형법 제70조에 대해서는 '합헌',

부칙 제2조 1항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했다.


2014년 5월 개정된 형법 제70조는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이 벌금형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해 동시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선고하는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때에는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1000일 이상을 유치기간으로 정하도록 했다.


돈 많은 기업가 등이 고액 벌금을 받고도 내지 않고 버티다가

노역장에 유치되는 경우 하루 노역 일당이 수백만원 등에

달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산정돼 문제라는 지적이 일면서

개정된 것인데, 개정 형법은 부칙 제2조 1항을 둬

이 조항을 개정 형법 시행일인 2014년 5월 14일 이후

최초로 공소가 제기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개정법 적용 대상을 법 시행 이후 '공소 제기되는 사건'으로

삼아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에 발생한 범죄라도 개정법 이후에

기소되면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한 셈이다.


헌재는 "노역장 유치 조항은 벌금 액수에 따라 단계별로

유치 기간의 하한이 증가하도록 해 범죄의 경중이나 죄질에

따른 형평성을 도모하고 있고, 노역장 유치로 벌금형이

대체된다는 점에서 그로 인한 불이익이 노역장 제도의

공정성과 형평성 제고라는 공익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며

유치기간의 하한을 설정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부칙에 대해서는 달리 판단했다. 


헌재는 "노역장 유치는 신체의 자유를 박탈해 징역형과

유사한 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 대상이 된다"며 "법률 개정으로 동일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노역장 유치기간이 장기화되는 등

불이익이 가중된 때에는 범죄행위시의 법률에 따라

유치기간을 정해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역장 유치 조항은 1억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는 자에 대해 유치기간의 하한을 중하게 변경시킨

것이므로, 이 조항 시행 전에 행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범죄행위 당시의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며

"그런데 부칙조항은 노역장 유치 조항의 시행 전 행해진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공소제기의 시기가 노역장 유치 조항

시행 이후이면 적용토록 하고 있으므로, 이는 범죄행위

당시 보다 불이익한 법률을 소급 적용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형벌불소급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강일원·조용호 재판관은 더 나아가

"청구인들의 경우 범죄행위 당시에는 벌금 액수와 상관없이

역장 유치 조항에서 정한 기간보다 짧은 기간 동안

노역장 유치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구축되어 있었는데

부칙 조항은 구법질서를 신뢰해 법적 지위를 형성한 청구인들에게

노역장 유치 기간이 종전보다 불리하게 개정된 노역장 유치

조항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신뢰이익을 침해했다"며

"강화된 제재에 대한 경고 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한 행위에 대해 사후입법으로 무겁게 책임을 묻는 것은

법질서 전체에 대한 불신만 키울 위험이 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A씨는 2012년 7월과 2013년 1월 허위 세금계산서합계표를

제출한 혐의로 2014년 6월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억원,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40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판결을 선고 받았다.

A씨는 상고심 진행중 "형법 제70조와 부칙 제2조 1항은

죄형법정주의의 형벌불소급 원칙에 반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5년 7월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