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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혈종 진단 놓쳐 하지마비 시 의료과실 가능" (법률신문)

송명섭 2023. 12. 11. 11:25

 

 

허리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간과해 환자를 돌려보낸 뒤, 증상이 악화돼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전공의가 주의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다217533).

 

A씨는 2014년 10월 허리통증으로 충남대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전공의 B씨는 요추 MRI 검사을 진행했다.

B씨는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하면서

다음 날부터 3일간 휴일이어서 담당 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받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오겠다"고 했고, B씨는 A씨 자택 인근의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를 했다.

그런데 A씨는 마미증후군 등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했고

충남대병원으로 다시 전원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하지마비의 영구장해가 발생하여 A씨와 그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해

전원 조치한 것은 진료 방법 선택의 합리적 범위에 있다"며

"B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를 전원하면서 통상적 업무처리에 따라

요추 MRI 검사 결과 등 의료정보를 제공했을 것이고,

신속한 수술을 받지 못한 것이 전원 조치 시 B씨가

출혈 증상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며

"A씨에게는 가벼운 신경학적 증상만 있어 수술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에게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진단상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는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면서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재판부는 "A씨의 요추 MRI 검사 결과에는 흉추와

요추에 걸쳐 상당량의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는데,

척추 경막외 혈종은 발생 후 12시간 이내 수술받지 않으면

하지마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자에게 당장의 중한 신경학적 증상이 보이지 않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고 복용 중인 약물을 확인해

출혈성 경향이 있는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도록 하는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B씨는 영상의학과의 판독 없이 MRI 검사 결과를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A씨에 대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B씨가 A씨의 요추 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B씨가 이를 진단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

△A씨의 상태에 비춰볼 때 B씨가 선택한

보존적 치료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더불어 전원 조치를 할 때 척추 경막외 혈종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전원 병원 의료진이나 A씨 또는

보호자에게 제대로 제공 또는 설명했는지

△B씨가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로 인해

A씨의 하지마비에 영향을 줬는지 등을 심리해

B씨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 등을 판단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