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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전합 "특수강간이 미수, 상해 입으면, 치상죄는 기수" (법률신문)

송명섭 2025. 3. 31. 11:04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특수강간치상죄 기수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법학계를 중심으로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지만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고,

전합은 별도의 입법이 없는 한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범을

부정하는 기존 판례의 법리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치상),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10405).


[쟁점]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친 경우 결과적 가중범인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결과적 가중범은 행위자가 피해자의 상해 등

행위자가 예견하지 않았던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형이 가중되는 범죄유형을 가리킨다.

[사실관계 및 하급심]


A·B씨는 2020년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에서

피해 여성 C씨와 동석자 D씨와 술을 마시던 중

D씨가 먼저 귀가하자 C씨를 강간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숙취해소 음료에

미리 가지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넣어

C씨가 마시게 해서 항거불능의 상태가 된 C씨를 부축해

주점을 나오는 과정에서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들은 모텔로 C씨를 데려가 눕힌 뒤 강간하려 했으나

실패해 미수에 그쳤지만, C 씨가 졸피뎀으로 인해

일시적인 의식불명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등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년을,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5년을,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A씨의 변호인은 "특수강간치상죄의

기본 범죄인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으므로 미수범

처벌규정을 적용해 형을 감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2008년 대법원 판결(2007도10058)과

2013년 대법원 판결(2013도7138)을 인용해

미수범 처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은 특수강간죄를

범하거나 미수에 그친 자가 피해자에 대해 상해의 고의를

갖고 상해를 입히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 적용되지만,

이 사건에선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므로

미수범 처벌규정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항소심은 "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같은 법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특수강간의 죄를 범한 자뿐만 아니라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며

"같은 법 제15조에서 정한 위 제8조 제1항에 대한

미수범 처벌규정은 제8조 제1항에서 특수강간치상죄와

함께 규정된 특수강간상해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인,

'특수강간의 죄를 범하거나 미수에 그친 자가 피해자에 대해

상해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 등에 적용될 뿐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특수강간치상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전합은 대법관 10인(조희대 대법원장, 노태악·이흥구·

오경미·오석준·엄상필·신숙희·박영재·노경필·이숙연 대법관)의

다수의견을 통해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수긍했다.

 

전합은 "성폭력처벌법 제15조에서 정한 제8조 제1항에

대한 미수범 처벌규정은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특수강간치상죄와 함께 규정된 특수강간상해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 적용될 뿐 특수강간치상죄에는

적용되지 않고, 특수강간의 죄를 범한 경우뿐만 아니라

특수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미수에 그친 경우라

하더라도,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는 현재의 판례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수강간치상죄를 정한 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1항은 특수강간죄의 기수범뿐만 아니라

미수범도 범행주체로 포함하고 있다"며

"특수강간미수죄를 범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충족하므로, 별도로 미수범 성립 여부는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과적 가중범을 가중처벌하는 근거는

기본 범죄에 내재된 전형적 위험이 현실화됐다는 점에

있으므로, 실행 행위를 완료하지 않았더라도

이로 인해 형이 무거워지는 요인이 되는 결과가 생겼다면

이를 결과적 가중범의 기수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책임원칙에 부합하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판단했다.

[반대의견]


다만 대법관 2인(권영준·서경환 대법관)은

특수강간치상죄 미수범 성립을 부정해 온 기존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성폭력처벌법 제15조 미수범 처벌규정은

성폭력처벌법 제8조를 그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제8조 제1항의 특수강간치상죄 미수범은 성립할 수 있다"며

"성폭력처벌법 제15조가 특수강간치상죄에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형사법 규정의 일반적 해석 원칙과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이념에 충실한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


대법원 관계자는 "1995년 형법개정 당시 정비된

결과적 가중범 규정 및 그 이후 일부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과적 가중범 규정의 해석과 관련해

학계를 중심으로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범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계속돼 왔다"며

"결과적 가중범인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 성립을

부정하는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