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고발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에 대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에 돌려보냈다(2023도17590).
[사실 관계]
전남 나주시의 한 농업협동조합 경제상무로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조합장 B씨가 조합원들에게 수박 등 물품을 제공하고,
경조사 금품을 자신의 명의로 지급하는 등 농업협동조합법 및
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나주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CCTV 영상, 꽃배달내역서,
무통장입금의뢰서, 무통장입금타행송금 전표,
거래내역확인서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첨부했다.
2017년 5월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2018년 1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 '누설'에는 고소·고발에 수반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2년 11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누설'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맡은 광주지법은 2023년 11월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환송 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재상고했고 대법원은 재차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이번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
고발하면서 고발장에 개인정보를 첨부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누설'에 해당하는지, 이같은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3년 전 환송판결 취지대로 A씨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누설'에 해당하는 것은 맞지만 형법상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처벌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고소·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성질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A씨가) 고발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제출 목적이 범죄혐의의 증거 제공이었고,
제출 자료는 고발 혐의와 직접 관련되고,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된 영상이나 일정 범위에 공개될 것이 예정된 자료로서
민감정보가 아니며, 사생활 침해 우려도 크지 않다"며
"고발에는 일정 부분 개인정보 기재가 불가피하고,
수사기관의 부당 사용 위험성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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