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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설명, 동의 없이 민감 부위 접촉한 의료행위는 강제추행" (법률신문)

송명섭 2025. 7. 16. 11:24

 

 

[대법원 판결]


민감한 신체 부위를 진찰하면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9676).

[사실관계 및 하급심]


한의사인 A씨는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방문한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마친 후 소화불량을 진찰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누르고

'치골을 보겠다'고 말하면서 치골 부위를 손가락을 세워 누르다가

피해자의 음부를 눌러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


의료인의 진료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하급심]


1심은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

 
항소심은 "피해자는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전후의 상황, 그 접촉 부위, 방법, 면적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거나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골 부위를 중심으로

손가락을 세워 그 끝으로 누르거나 마사지하는 것을

음부를 누르는 것으로 피해자가 잘못 인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자는 피고인이 음부를 접촉했다고

일관되고 명확한 진술을 하고 있고, 치골 부위와 음부는

명확히 구분되는 신체 부위인데다가 피해자도 치골과 음부를

다른 부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이를 착각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 환자의 치골 부위는 음부와 근접해 있는

민감한 부위이므로, 남성 의사가 해당 부위에 대한 정상적인 진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성적 불쾌감을 느끼는 등 오해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를 상대로 직접

치골 부위를 촉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의 치골 부위를 촉진하기로 하였다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피고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슴과 치골 부위를 촉진하면서

간호사를 입회시키거나 피해자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의료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과 판단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환자의 내밀한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

치료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인의 신체접촉 행위 등이

추행인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는 환자의 질병 또는 고통을

진단·완화·치료하기 위해 실시되고 그 과정에서 환부 등 환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한 의료인의 행위를 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추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환자의 성별, 연령, 의사를 비롯해 해당 행위에

이른 경위와 과정, 접촉 대상이 된 신체 부위의 위치와 특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진단·치료의 필요성 또는 위급성,

질병 등의 진단이나 증상 완화, 호전 등과 해당 행위의 연관성

또는 밀접성,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의 객관적 상황,

그 행위가 해당 의학 분야에서 객관적·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진료행위로서 시술 수단과 방법이 상당했는지,

사전에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진료의 내용과

내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기준으로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진료행위와 추행의 구분 및

추행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