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대법원이 시내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사가 근로자의 연차휴가
신청을 거부한 행위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공성을 지닌 버스 운행 특성상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의 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부산 소재
시내버스 운송회사 대표 A씨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1도11886).
[사실 관계]
2019년 7월 5일 부산의 한 시내버스 회사 대표 A씨는
운전기사 B씨가 7월 8일 연차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하자,
휴가는 최소 3일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을 이유로
거절했고, 그러자 B씨는 당일 출근하지 않았다.
A씨는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쟁점]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은 사용자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시기지정권'을 규정하면서도, 그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경우 사용자가
시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시기변경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자에게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
위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즉 근로자의 시기지정권 행사와
사용자 측 시기변경권 행사가 적법했는지 여부다.
[하급심 판단]
1심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연차휴가 시기지정권 행사 기한을
정해 두었다고 해서 반드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 씨는 단체협약의 효력을 신뢰해 휴가신청이 협약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시기지정권 침해에 해당하거나
위법의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시내버스는 기본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 공익성이 크고,
부산 시내버스 운송사업은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배차표는 사전에 작성돼 버스기사 근무시간이 정해지는데,
운행 예정 기사가 결근하거나 휴가를 쓰면 대체근로자를
구하거나 배차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다른 기사들의 근무시간에 영향을 주고
시민 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사건 단체협약은 휴가를 최소 3일 전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이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에
고려해야 할 요소를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성격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휴가 청구 시점
△대체근로자 확보 필요성과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특히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서는 대체근로자 확보 필요성이 크므로,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은 노사가 단체 협약을 통해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 기한은 대체근로자 확보 등에 소요되는
합리적인 기간에 관해 노사가 합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서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 없이 단체협약상 기한을 어기고 휴가를 청구한다면,
이는 객관적으로 대체근로자 확보에 어려움을 초래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라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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