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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실명계좌를 차명계좌로 보고 과세만으론 부당이득 아냐" (법률신문)

송명섭 2025. 11. 24. 11:27

 

 

세무서가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계좌를 차명계좌로 보고

금융실명법상 차등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징수했더라도,

그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지 않다면 부당이득으로

곧바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신한은행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5다211104).

[사실관계]


신한은행은 금융실명법에 따라 거래 고객의 실명을 확인한 뒤

금융거래를 진행하고, 고객에게 배당금과 이자를 지급할 때에는

소득세법상 일반세율(14%)을 적용해 원천징수·납부해왔다.

 

그런데 남대문세무서는 검찰 수사나 국세청 조사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차명계좌로 밝혀진 계좌의 금융자산은 금융실명법

제5조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 해당한다는

해석에 따라, 신한은행에 대해 일부 계좌의 이자·배당소득에

90% 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다시 산정하도록 통보했다.

 

신한은행이 이에 응하지 않자, 세무서는 2019년 3월 5일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의 이자·배당소득을 대상으로 한

총 5026만3450원의 원천징수세액을 고지했다.

 

신한은행은 고지에 따라 해당 세액을 납부했으나,

이후 "이 사건 계좌는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개설된 정상 계좌로,

금융실명법 제5조의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세무서의 해석을

전제로 한 징수는 법률상 근거 없는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고

별도의 항고소송 없이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납부금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1, 2심은 신한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해 국가가 세액을 징수한 경우에는

이를 납부받는 순간 곧바로 부당이득이 된다는 취지다.

 
법원은 "이 사건 계좌가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설됐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출연자와 예금명의자가 상이한 차명계좌에 해당함을

전제로 보더라도, 단순 차명거래를 넘어 합의 차명거래에

해당한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이상,

금융실명법 5조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비실명자산으로 오인해 차등세율(90%)을

적용한 과세처분은 법적 근거가 없는 징수로서 당연무효이고,

국가가 납부받은 금액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쟁점]


국가가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해 납부고지를 해

납부금을 수취한 경우, 그러한 사정만으로 납부고지의 하자가

중대·명백한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납부금이

법률상 원인이 흠결된 부당이득이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이자 등이 금융실명법 제5조에 의한

원천징수대상이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나

원고가 세무서장의 납부고지를 받고 별도로 불복하지 않은 채

고지된 세액을 납부했다면 그 납부고지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없는 한 곧바로 납부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이르는지에 관해 심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세의 과오납이 부당이득이 되기 위해서는 납세

또는 조세의 징수가 실체법적으로나 절차법적으로 전혀

법률상의 근거가 없거나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이어야 하고, 과세처분의 하자가 단지 취소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할 때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스스로 취소하거나

항고소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그로 인한

조세의 납부가 부당이득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무서가 이 사건 계좌를 금융실명법 제5조의

적용대상으로 잘못 판단했다 하더라도, 그 법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하자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 처분 당시 남대문세무서장이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을

금융실명법 제5조의 적용대상으로 잘못 판단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는지에 관해 추가로 심리함이 없이,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처분에 따라 이 사건 납부금을 받은 것

자체만으로 법률상 원인이 흠결돼 민법상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부당이득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