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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노태우 비자금은 재산분할 고려 대상 아냐" (법률신문)

송명섭 2025. 10. 22. 11:05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을 명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이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재산분할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을 인정한 부분은 상고를 기각, 그대로 확정했다.

[사실관계]


1988년 결혼한 최 회장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018년 2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노 관장은 2019년 12월 반소를 내면서, 위자료와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 중 50%인

648만7736주에 대해 재산분할 청구했다.

[하급심]


1심은 2022년 12월 최 회장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고

노 관장의 반소 이혼 청구를 인용하면서 최 회장이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 주식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고 판단,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1700만 원으로, 위자료는 20억 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항소심은 "최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보호막,

방패막으로 인식해 모험적인 경영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고, 이렇게 보면 SK의 성장에

노 관 장 측의 기여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의 재산총액을 4조115억 원가량으로 봤고,

분할 비율은 최 회장과 노 관장 각각 65%, 35%로 정했다.

분할 방법은 현금으로 분할하라고 했다.

[쟁점]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을 재산분할에서

노소영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최태원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전에 부부공동재산 형성·유지와 관련해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

△위자료 산정의 재량일탈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회사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항소심 판단에는

동의했지만, 노 관장 측이 재산분할 청구 근거로 삼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 원을 불법적인 뇌물로 인정하여

법의 보호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노 관장 측은 해당 자금의 기여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재산분할 비율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이 뇌물 일부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를 함구함으로써

국가 자금 추적,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 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관장이 재산분할에서 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 관장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심은 노태우의 금전 지원 사실을 최 회장 명의

SK㈜ 주식 및 최 회장의 상속주식의 형성이나 가치 유지·증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했고,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와 재산분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최 회장이 앞서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은 이혼소송 이전인 2014년부터 교육재단과 학술원,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에게 주식과 재산 등을

증여했는데, 이는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져

부부공동재산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각 재산 처분은 원심이 인정한 혼인관계 파탄일인

2019년 12월 4일 이전에 이루어졌고,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자로서

안정적인 기업 경영권 내지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혹은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행한 것으로서 최 회장 명의 SK ㈜ 주식을 비롯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최 회장이 처분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재산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했는데,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분할대상 재산의 산정 기준 시기와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자료 청구 부분에 관해서는 "원심 판단에 위자료 액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면서 최 회장 측 상고를 기각했다.

[판결 의의]


대법원은 이날 선고에 대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 일방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재산을 처분했면 해당 재산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할 수 있으나, 그 처분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