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

대법원전합 "압류추심명령 받은 채무자도 당사자적격 유지" (법률신문)

송명섭 2025. 10. 27. 11:02

 

 

당사자적격


민사소송법에서 특정한 권리관계에 관해 원고 또는 피고가

소송 당사자로서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뜻한다.

 

당사자적격이 없는 사람이 받은 판결은 무효가 되고,

소송 계속 후에 당사자적격이 상실됐을 때는

당사자 적격을 갖춘 사람이 소송을 이어야 한다.

당사자적격을 갖춘 사람이 없으면 법원은 소를 각하한다.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압류·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채권이 압류 및 추심되면 채무자는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본 대법원 판결을 변경한 것으로 국세징수법에 따른

체납처분 압류의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주식회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21다252977).

 

[사실관계]

 

A 사가 부당이득금 등을 반환해 달라며 B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은

“피고는 원고에게 3억910만 원 및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상고심 진행 중 A 사의 채권자들과 세무서는 A 사가 B씨로부터

받을 판결 원리금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

체납 처분 압류를 각각 집행했고, 이에 B씨는 “채권이 이미

압류돼 A 사는 소송을 진행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

 

A 사의 채권이 압류된 상황에서 A 사가 소송을 계속 수행할 자격

(당사자적격)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종전 판례(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 등)에 따르면,

피압류 채권의 채권자인 채무자는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다수의견(12인)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채권이 압류되더라도 채무자의 당사자적격은 상실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압류명령은 현실 급부 수령을 금지할 뿐이고,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추심 채권자에게 압류 채권을 추심할 권능만이

부여될 뿐 그 채권이 추심 채권자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니다”며

“결국 채무자가 피압류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 현실로 급부를 수령하는 것이

아니므로 압류 및 추심명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합은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추심 채권자에게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추심채권자는 채무자 이행소송에 참가할 수 있고, 채무자가

승소확정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추심은 압류에 따라 금지된다는 것이다. 

 

전합은 “채무자가 받은 패소확정판결의 효력이

추심채권자에게 미치게 되더라도 패소에 따른 손해는 궁극적으로

채무자에게 귀속되고, 추심채권자로서는 채무자의 다른 재산을

찾아 강제집행을 할 수 있으므로 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전합은 “추심명령을 이유로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보면

소송이 장기간 진행됐거나 상고심 단계에서 추심명령이 발령됐더라도

직권으로 소를 각하해야 하므로, 그동안의 소송이 무위로 돌아가

분쟁의 일회적 해결 및 소송경제에 현저히 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소송의 본안판단에

특별한 잘못이 없고 추심채권자도 문제 삼지 않는 상황에서

추심명령을 이유로 소를 각하하는 것은 분쟁 해결만을 지연시킬 뿐

추심채권자의 이익에 결코 부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합은 “제3채무자는 집행장애사유(압류)를 주장해

이를 저지할 수 있고 공탁으로 의무를 면할 수도 있다”며

이중지급 위험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대의견]

 

노태악(사법연수원 16기)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종전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따르면 채무자가 먼저 제기한 이행의 소가

계속 중인 경우 중복제소금지원칙에 따라 추심 채권자는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어 참가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단이 없는데도 패소 확정판결의 기판력까지 미치게 되므로,

추심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보더라도 추심 채권자가

당사자적격을 승계하므로 추심 채권자는 승계 참가를 할 수 있고,

제3채무자도 추심 채권자로 하여금 소송을 인수하게 할 것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으므로, 종전 판례에 따르더라도

기존 소송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례를 변경하면, 종전 법리를 주요 근거로 삼은

중복제소금지, 기판력 관련 판례도 모두 변경해야 한다”며

“급격한 변경이 오랜 기간 확립된 실무에 초래할 혼란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판결 의의]

 

대법원 관계자는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추심명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봤던 종전 판례를

폐기하고,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소송경제를 도모할 수 있는

실무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