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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국내 유일 재보험사 '코리안리'는 시장지배적 지위" (법률신문)

송명섭 2025. 8. 20. 11:05

 

 

[대법원 판결]


대법원이 국내 유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코리안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의 원고 일부승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두54074).


[사실관계]


일반 항공 보험은 헬기와 중소형 항공기 사고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으로, 헬기와 항공기는 사고가 날 경우 손해액이 크기 때문에

보험 금액도 매우 크고,  이에 따라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재보험 계약을 맺고 있다.

 

코리안리는 1963년 국영기업인 대한손해재보험공사에서 시작해

1978년 민영화됐으나 국내 유일 전업 재보험사로서 현재까지 50%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국내 항공 재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다.

 

과거 국내 보험사들은 '국내 우선 출재제도'에 따라 코리안리와

가장 우선적으로 재보험 계약을 맺어야 했고, 보험요율도

사전에 코리안리와 협의해야 했는데,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과

보험사들 간 지나친 요율 경쟁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 제도를 통해 코리안리는 국내 재보험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았지만, 이 제도가 1993년 폐지된 이후에도

항공 재보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공정위는 2018년 12월 "코리안리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보험사들과 지속적으로 특약을 맺고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며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78억65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국내 손해보험사 11곳과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물량은 모두 코리안리에만

출재해야 하고(전량출재의무)

△보험요율 산출 시 사전에 코리안리와 협의해야 하며(요율구득의무)

△코리안리가 보험사로부터 인수한 위험을 다시 다른 보험사에 이전하는 

'재재보험'을 들 때 해외 재보험사보다 국내 보험사와 우선적으로

계약하는(재재보험특약조항) 등의 내용의 재보험 특약을 맺었다.

 
코리안리는 또 해외 재보험사들을 패널로 묶어 국내 시장 진입 유인을

줄이려 했고,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코리안리가 아닌 해외 재보험사와

보험요율을 협의할 경우에는 '제재조치를 하겠다'고 항의하는가 하면,

해외 재보험사에겐 국내 보험사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판단]


코리안리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고법은 시정명령 일부와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코리안리의 △전량 출재의무 조항 설정

△재재보험 특약 조항 설정 △해외 패널 구성 행위

△2006년 이전까지 자사의 보험요율만을 따르도록 규정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배타조건부 거래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배타조건부 거래는 '거래상대방이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법원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코리안리가 '국내 보험사들에 대해 특약 조항의 체결을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단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또는

불공정 거래행위로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거래상대방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대해 자발적으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경쟁사업자의 해당 시장에 대한 진출이 방해됨으로써

경쟁제한적 효과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해당 조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일방적·강제적으로

부과된 경우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전량 출재의무 조항, 요율구득의무 조항, 재재보험특약 조항,

패널 구성 행위, 방어행위는 모두 코리안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한 단일한 의사 아래 이루어진 행위"라며

"일련의 행위들을 종합해 코리안리가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5호 전단, 제23조 제1항 제5호 전단에서 금지한

부당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를 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재보험 특약 조항과 패널구성행위는

국내 항공 재보험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코리안리가

잠재적 경쟁사업자인 해외 재보험사들의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고자 고안한 전량출재의무 조항과 요율구득의무 조항의

배타적 성격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이러한 행위를 종합해 일체로

검토하지 않고 개개로 나눠 독립적으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했고, 그 결과 재재보험특약 조항과 패널구성행위가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행위를 했을 때 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를 했는지 판단하는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