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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표이사가 법인 계좌로 거래 시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법률신문)

송명섭 2025. 11. 5. 11:02

 

 

[대법원 판결]


법인 대표이사가 범죄 등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회사 명의 계좌를

사용한 행위는 법인 명의를 수단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이므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표이사가 자신이 대표이사인 법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가 금융실명법 위반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의 상고심에서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25도676).

[사실관계]


A씨 등은 인터넷 도박 범죄조직, 인터넷 투자사기 범죄조직 등에

상품권 매매업체인 것처럼 가장해 설립된 허위의 법인 명의의 계좌를

제공하고, 위 계좌로 송금된 범죄수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범죄조직원들에게 전달한 후 수수료를 받기로 공모했다.

 

A, B, C 씨는 2023년 4월부터 5월까지 피해자 17명으로부터

총 152회에 걸쳐 편취한 12억8000만 원을 상품권 매매업체를

가장해 설립된 법인 명의 계좌 등으로 송금받은 다음

현금으로 인출해 범죄조직원들에게 전달했다.

 

A, B, E 씨는 같은 수법으로 2023년 3월경 피해자가 송금한 현금

1500만 원을 인출해 이같이 범행했고, A, B, D 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2023년 7월경 합계 9000만 원을 인출해 조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성명불상의 조직원들과 공모해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또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A씨 등을 기소했다.

[하급심 판단]


1심은 A 씨 등의 금융실명거래법, 범죄수익 은닉법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실명거래법 혐의를 무죄라고 봤다. 각 법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던 시점에 그 법인 대표이사가 피고인들이었고,

주식회사는 자신 명의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으나 법인 특성상

기관을 통해 활동할 수밖에 없으므로 대표이사 등이

자신이 대표이사 등으로 재임하는 주식회사 명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는 주식회사가 대표이사 등을 통해 자신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법인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행위자가 형식적으로는

법인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범죄 등을

위하여 법인의 명의를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그 금융거래는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 정한

‘타인의 실명으로 한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금융거래에 해당하는지는 오로지 범죄 등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그 목적을 위해 법인 명의로 금융거래 계좌를

개설·이용했는지를 포함해 금융거래 계좌의 개설 경위와 이용 현황,

법인의 설립 목적과 경위, 법인의 실제 운영 현황과 방식,

금융거래 대상이 된 자금의 조달방법 및 사용내역,

법인의 활동과 행위자의 범죄 등 사이의 상관관계,

법인의 형해화 정도, 금융거래에 따른 실질적 이익의

귀속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 등 범죄를 목적으로

이 사건 각 법인을 세운 뒤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 등 다수의 금융거래를 했다"며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한 금융거래에 따른

이익은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에 따른 수수료 취득으로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그 이익은 이 사건 각 법인에 귀속된 것이 아니라

금융거래를 한 피고인들에게 귀속됐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 등의 범죄를 목적으로 이 사건 각 법인의 명의를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금융거래는 모두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 정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