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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재판 중 구속되자 자백하면, 자백의 신빙성 따져야" (법률신문)

송명섭 2025. 8. 27. 11:02

 

 

[대법원 판결]


재판 과정에서 구속된 피고인이 갑자기 자백을 한 경우

재판부가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속된 사람은 허위자백을 해서라도

자유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자백 외 정황 증거 등을 합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도7405).

[사실관계]


트랙터 운전기사인 A씨는 2020년 10월 11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트랙터를 운전하며 왕복 2차선 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좌회전을 하던 중

직진하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좌회전하기 직전에 일시정지하지 않고 도로반사경을 통해

다른 차량이 들어오는지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급심 판단]


1심은 A씨의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진입지점에서 일시정지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토바이를 조기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하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던 중 검사의 신청으로 채택된 증인이

불출석했고, 재판부는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해 A씨를 법정 구속했다.

 

A씨가 구속된 이후 A씨의 변호인은 돌연 'A씨는 교차로 진입의

우선권이 없다는 재판장의 지적을 듣고 잘못을 깨달아 과실을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의견서와 같은 취지인 A씨의 법정 진술 등을 근거로 유죄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


상고심에선 항소심 공판 진행 중 A씨가 구속된 뒤 갑자기

자백을 한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자백이 임의성이 있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여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자백이 증명력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자백의 진술 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속된 사람은 허위자백을

하고라도 자유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인하던 피고인이 법원의 구속 이후 갑자기 자백한 사건에서

단순히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한 진술의 신빙성이나

증명력을 평가할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변호인 의견서에는

일시정지해 좌우를 살폈는지와 같은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시인하는 내용은 없고 교차로 진입에 우선권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는 취지만 기재돼 있을 뿐"이라며

"법적으로는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시인한다는 취지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진술이 모순되거나 합리성이 없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이 A씨의 진술이 자백으로서 유력한 증거가치를

갖는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으로

그 취지를 정확하게 밝혀보고 당시 채택돼 있던 목격 증인들에 대한

신문절차를 거쳐 그 신빙성을 진지하게 살펴봤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또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공판 절차를 진행하는

피고인을 구속할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이 기초가 되는 증거나 사실관계의 변경이

객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면,

피고인을 구속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이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갑작스럽게 일상생활로부터

격리돼 구속될 수 있다면,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지위를

과도하게 불안정하게 하고 방어권의 현실적인 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공판기일에 모두 출석했고

△증인의 기일 불출석이 A 씨가 관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에 대한 구속은 객관적·외부적 사정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지위나

처지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속영장 발부에 이르기까지 재판부의 심리 경과와

증거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본

항소심의 판단이 위법·부당하지는 않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