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

헌재 "출판권자에게 보상 없이 학교 수업교재 사용 가능은 합헌" (법률신문)

송명섭 2025. 9. 29. 11:28

 

 

[헌법재판소 결정]


헌법재판소가 학교교육 목적의 저작물 이용에 대해 출판권자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저작권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출판권은 저작권에 비해 권리 범위가 제한적이며, 학교교육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일정한 법적 제약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헌재는 학교교육목적의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 지급 조항을 출판권자에

대해서는 준용하지 않은 저작권법 제63조의2 관련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2023헌가8).

[사건 개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인은 교과서 출판 서적을

제작·판매하는 출판사로, 이 출판사가 출판권을 보유한 책 3권은

학교 등에서 교육 목적으로 활용돼 왔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을 학교교육 목적 등으로

이용할 경우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이용자는 보상금을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출판권자는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에 A 사는 2021년 7월 보상금 징수 및 분배 사업을 담당하는

사단법인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를 상대로 3개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법 2021가합36748).

 

A 사는 소송 중 해당 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서울서부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 판단]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입법자가 헌법 제23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장래에 있어서 출판권이라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형성하고

확정하는 규정이자,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구체화하는

규정으로, 재산권자가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해

출판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특히 학교 등에서 저작물을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출판권자의 이용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한다면 시간적·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출판권자의 허락을 받지 못한 간행물은 수업에

이용할 수 없게 돼 교육활동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1조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학교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이를 위한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출판권자의 법적 지위가 저작재산권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헌재는 "출판권자는 저작권자로부터 복제·배포권의 일부를

일정 기간 설정받은 자로서, 저작권자에 비해

상당히 제한된 권리를 향유하는 자"라며

"저작물의 창작 시부터 권리가 발생하는 저작재산권자와는

법적 보호의 정도를 달리 정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학교교육 목적 이용은 출판된 간행물의 전문을 판면(版面)

그대로 복제해 교육을 받는 자에게 배포한다기보다는 그 일부 내용을

발췌해 지식을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며

"출판권의 핵심인 복제·배포권에 대한 제한의 여지는 많지 않은

반면, 저작재산권은 위와 같은 형태의 이용으로도

제한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평등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서관에서의 디지털 복제와 비교해 합리적인 차별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도서관에서의 디지털 형태의 도서 출력은

기존 출판물의 수요가 대체될 위험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며

"학교교육 목적의 저작물 이용은 주로 정보전달적인 측면에서

간행물의 일부를 이용하는 것이어서,

그 이용 태양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출판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