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가 산하 상조회사를 통해 조합원들을 모집하면서
제휴업체에 지급보증서를 교부했다면, 수수료 등
금전 지급뿐만 아니라 상조 서비스 자체의 이행 의무까지
보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중앙회)가 재향군인회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채무존재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2다240728).
[사실관계]
중앙회는 2007년 2월 재향군인회가 100% 출자해 설립한
상조회사와 장례서비스 제휴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에 따라
소속 조합원들을 상조회사의 상조회원으로 모집하고,
상조회사는 가입 실적에 따라 중앙회에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제휴협정은 이후 여러 차례 갱신됐고,
중앙회를 통해 체결된 상조 계약은 약 35만 건에 달했다.
중앙회는 상조회사의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2008년 상조회사의 예금채권에 질권을 설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향군인회는 "상조회사가 제휴협정상의 내용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책임지고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지급보증서를 교부했고,.이후에도 제휴협정이 갱신될 때마다
유사한 내용의 지급보증서가 반복적으로 작성·교부됐다.
특히 2013년 지급보증서와 함께 교부된 재향군인회 이사회 의결서에는,
상조회사가 상조회원에게 상조서비스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재향군인회가 그 이행을 보증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이후 재향군인회는 2020년 상조회사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했고, 중앙회는 지급보증서에 근거해
재향군인회의 보증채무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1심은 지급보증서의 문언과 작성 경위, 제휴협정의 내용 등을
종합해 재향군인회의 보증책임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재향군인회는, 상조회사가 중앙회를 통해 가입한
상조회원들에게 제휴협정상의 상조서비스를 이행하는 것을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를 부담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향군인회는 지급보증서가 마케팅 활용 목적에 불과하고
보증의사가 표시돼 있지 않다거나, 지급보증서는 계약서가 아니어서
보증약정이 성립하지 않았고, 보증 대상도 모집수수료 등 금전채무에
한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1심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제휴협정에 따라 상조회사가 중앙회에 부담하는
채무는 수수료 지급 등 금전채무에 한정될 뿐, 조합원들에 대한
상조서비스 이행 의무는 중앙회에 대한 채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재향군인회가 보증한 채무 역시 상조회사의
중앙회에 대한 금전채무에 국한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지급보증서는 조합원들에 대한 상조서비스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이 입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원고의 요청에 따라 피고 스스로 작성해 교부한 문서"라며
"또 지급보증서에 첨부된 이사회 의결서에는
'상조회사가 상조서비스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피고가
상조서비스 이행을 보증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3년 지급보증서에 기재된 보증기간 종기가
상조관련법(소비자보호를 위한 법률) 시행일까지로 돼 있는 점은,
보증 대상이 수수료 지급 등이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이행돼야 할
상조서비스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가 원고에게 상조회사의 상조서비스 이행의무를
보증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상조서비스 이행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과의 법률관계
발생 근거, 보증채무의 상대방 등에 관하여 원고에게 질문하고
증명을 촉구하거나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않은 채
지급보증의 범위를 금전채무로 한정해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계약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석명의무를 위반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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